그리고 데스...

데스(death) 1

너는 길 건너편 어디선가 미소 지으며
나를 보고 있지.
넌 지나치게 긍정적이야
살인자에게도

살인을 당한 자에게도
살인을 판결하는 자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공평하거든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
나를 찾아 올 거야
누구도 도망칠 수 없어.
너는 그냥 미션이라 누군가에게는
무와 유의 선택이야
평생 모은 내 소중한 메모리를
부서 버리고 녹여버리지.
다시켤수없어.
엔딩 단추니까
몇초후에 부팅될듯하지만

룩소르의 무덤처럼
수천 년 후에나 발견되지.
다들 부활이니 윤회니
반복이라 떠들지만
겁먹은 자들의 변명이야
또 누군가는 용감한 척 외치지.

너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고
낭만으로 포장하고
허무의 장난처럼 치부하지만
그의 이마에 곰팡이가 피어나기 시작하면
울부짖으며 거울을 깨버리지.

너는 존재의 시간과 언제나 평행하지.
길 하나만 건너면

아니 강 하나가 멋진 표현인가?

백합

그곳은 꽃 무덤 같았어. ― 꽃잎들이 나를 가려주었지.
뮤지컬은 시작되었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지.
머리는 헝클어지고 옷매무시 살짝 무너졌지.
그래도 난 당당하게 너의 향기를 맡고 있었어.

그 멋진 피날레를 어찌 잊겠어.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집으로 왔지만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어.
그저 설렘에 빠져 잠이 들었지.
방안가득 그대가 오늘준 순백의 백합향
취해버린 듯 황홀한 코끝
코피가 터지기 직전 이었지.
꿈속에서 다시 꿈을 꾼 듯
아득한 시간 속에
점 하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어.
온 몸이 너의 고결함에 질식되어
감미로움에 점유당한 채 몸이 마비되었지.

랭보의 기쁨

왕의 들것을 만들어라.
아프리카의 태양과 바다가 만나는 곳
그 곳에 가 나 날아오르리라.
인간의 도덕과 관습에서
그리고 고백하리라,
갈라진 영혼들의 덧 없음을
신들의 저능함 이여 해체되어라.
광대들의 웃음이여 흔들어라,
수만리 항해의 미풍을 바람은 곧 변신하여
낡은 성문 안 휘장을 뒤흔들고
옛 겨울축제 팡파르에 뜨거운
붉은기운 돌게할테니
집시의 혀 놀림을 무시하지 마라.
그들은 귀족들의 양귀비꽃 욕망을
목을 비틀어져 진창 속으로 사라지게 했다.
이제 곧 봄날 라일락 축제 시작일
의기양양 금속 나팔소리 하늘에 가득차고,
이베리아 반도 끝 ― 바다와 태양이 녹아드는 곳
그 곳에서 나의 사형집행인을 만나
터진 구두를 질끈 매고 영원히
그곳에서 춤을 추리라.

너를 초대한다

내가 연어를 먹는다.
몇 생을 돌아 태어난
붉은 살을 먹는다.
은하의 회전보다 더 빠른 물줄기를
역행하여 솟아오른 너는

일상의 반복을
허무의 찬가를
수직으로 부정한다.
봄끝 한순간
자목련이 잎을 떨어뜨린 순간처럼
찬란한 슬픔을 안고 내 뱉는다.
수억마리의 꽃잎을

윤회를 믿던 한여름의 찰나,
반딧불을 믿던

너는 아직 생명이 붙어 있는 자
흔들리며 부르르 떨며
또 하나의 생을 보탠다.
물푸레 강가 아래

이승에서

유리거울

길 건너 바깥 건물이 보이던 유리창이
어둠이 내리면서 유리거울로 변한다.
마치 쇼윈도처럼 그 안에는
프랑스식 심야식당에
에멘탈 치즈요리를 먹는
아름다운 연인이 마주 앉아있다.
내가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파란 꿈속이다.

어느 여류 페미니스트가
행복의 정점에는
항상 상실의 불안감이 있다 했던가?

나는 고은 꿈 즈려밟고 체념하며
도망가고 싶다.
— 아니 그가 도망가게
뒷문이라도 활짝 열어놓고 싶다.
초초한 긴장감에 마치 빨리
승부를 끝장내려 떨리는 눈동자로
이 모든 걸 끝내버리고 싶다.
마치 죽을병이라도 걸린 듯이

이때 시계바늘이 자정을 가리킨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일어나
네 리볼버 총에 장전을 한다.
한발을 쏜다.
나의 페미니즘에 한발을 쏜다.
진달래 길에 한발을 쏜다.
유리 거울에 한발을 쏜다.
내 죽을병에 나머지 두발은 허공에 쏜다.

온 세상에 알리려고 축포를 쏜다.
우린 사랑한다고…

4월

어쩌면
첫사랑 이후
내게 가장 잔인한 달
4월이 아니었을까?

눈송이, 꽃송이가 날리듯
그렇게 가볍고 산뜻하게 다가온 사람

밤하늘 벚꽃 치장하여
내눈속에머물고는

미처 붙잡지 못한 봄바람
너무 연연해하지 말라 하네.

진달래빛 지고
4월도 보내네.

무방비 가슴

여름이 왔어.
여름은 보여주는 계절이라 하였나?
감추려 해도 속살 다 드러내는
정직한 계절

내말에 무슨 화가 났는지
벌떡 일어나 가버리고
난 늦게까지 기다리다 자리에서 일어섰어.
그냥 무작정 걷다가 길가 공원에 앉았어.
곧 이슬이 내리겠지.

이기적인 표현 같지만 오늘은
무지 아프고 힘든 하루였네.
어찌할 바를 모를 만큼

사랑한다는 것은
가슴 한쪽을 비어내는 일

나머지 한쪽도 이제
내 것이 아닌 내 것으로 사는 것

누구에게나 너

순간순간을 푸성귀 처럼
신선한 감각으로 삶을 받아들이는 듯 했다

언제부터 인가,
절박 하면서도 절실한 의미 에서의 행복을 마련하기 위해
이른 아침을 맞던 때에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너와 마주 앉는다.

생활과 자아를 조감하던 의연한 자세를
기대할 수 있었던 시 간들
주어질 수 있음은 확실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고
속삭이기도 했다.

따갑고 시리던 가슴을 진정시켜 주고
온갖 상념 들을 녹아 들게 하는 너에게 서는
감미로움 마저 주었다.

무한한 안식을 갖다 안기는 향기
작은 컵 속에 담긴 내게는 호수인 너이다.
너는 계절이 따로 없다.
너는 낮밤도 가릴 필요가 없다.
쓸쓸한 가을날 을씨년스레 비가 올 때도 좋고
아지랑이 처럼 오르는 김이 심장 속까지
파고들어 따뜻한 겨울밤이 되어도 좋고,

바짝 가물어 땅이 쩍쩍 갈라지던 여름 낮에
네모다란 얼음 사이로 녹는 맛도 좋고
달콤한 꽃내음과 초록들의 봄기운 에도 좋다

야단스런 빛깔도 아니고
지나칠 만큼의 강렬한 냄새도 아니면서
내 속살까지 적셔오는 그 불가사의한 비밀 앞에
오늘도 이른 아침 너의 품에 푹 안기는 느낌에 빠지고 만다.

작은 한잔의 너를 통해서
소박한 행복과 삶의 가치와 보람을 나름대로 음미해 보는
사색을 주는 너에게 흠씬 빠져도 볼 일이다.

능소화 파티

당신이 입 맞추던 내 루주 빛 꽃나무
간질이면 금세 깔깔거리며 자지러지고
소매 엮어 꼬인 듯
가냘픈 배암 줄기 껍질 벗겨 비벼보면
플라멩코 파우더 향 지나가는 휘파람 에도
온 몸을 떤다.

자줏빛 왕관다발 열손가락 반지끼고
떨어지는 꽃잎 자국 열병 앓은 짝사랑 꼴
홍조 띤 요염 자태 꽃가지 흔들리며
올 여름 싱글들의 화려한 끝자락

붉은 입술 덧칠하며 이렇게 지나가네.

아카시아

아카시아 잎줄기 하나씩 떼어내며
당신은 날 사랑한다.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는다.
당신은 날 사랑한다…

스치는 강한 향기에 차를 세웠지.
잠시차문을모두내리고
이름 모를 그리움을 찾아 숲을 바라본다.
이맘때 흰나비들이 숲에서 춤을 춘다.
하얀 빛들이 바람에 반짝이며
완성된 그대로의 퍼퓸이 퍼져 나온다.
흔들리며 분출하는 하얀 아카시아 진액은
온 몸에 스며들며 샤워를 한다.
초여름의 입구에서 맞이하는
상큼한 순백의 달콤한 향
낮은 가지의 꽃다발 줄기를 꺾는다.
뾰족한 가시는 너의 매력이지.
하얀 꽃다발 엮어 차에 두었지.

하굣길 첫사랑에게 받은
두손가득 건네주던 꽃방울 생각하며
이제는 다시 못 올 꿈같은 기억의 꽃길
끝에 두개 남은 마지막 잎새 모른 척 떼어내며
순서를 바꾸었지.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는다.
당신은 날 사랑한다.

길들여지기

당신이 사준 패딩 재킷
긴 내 팔이 삐죽 튀어 나온다.
미련없이 손목을 뎅강 잘라 버린다.

나는 아메리카노,
당신은 카페라떼를 시킨다.
재빨리 휘핑크림을 듬뿍 붓는다.

7번 국도 해안가 드라이브
커피와 브런치 생각이 간절한 11시다.
당신이 선지 해장국집 앞에 차를 세운다.
새벽 2시 습관처럼 잠에서 깬다.
당신이 곤히 잠들어 있다.
아침까지 눈을 감는다.
악착같이

당신의 거친 운전으로 대시보드에 몸이 부딪친다.
너무 재밌어서
깔깔 웃는다.

알까요

당신은 알까요,
술 한 잔 마시지 못하는 나
당신 막걸리 잔 버릴 수 없어
그날 밤새 장 운동한 것을

당신은 알까요,
요리한번 못해본나
당신 주려 스테이크 오븐에 급히 굽다
새끼손가락 밤 새워 냉찜질한 것을

당신은 알까요,
무서워 기차한번 안 타본나
당신 따라 열차 플랫폼에 들어갔다
밤새 악몽 시달린 것을

당신은 알까요,
이밤지나면떠나갈당신위해
밤새워 우리집짓는 이야기 들어준 것을

당신은 알까요,
따끈한 사케 두손잡아 입술데이며
당신옛사랑이야기 들을때
가슴 깊이 울화 치밀어 오른 것을

당신은 알까요,
연두콩깍지까서 콩한알 당신입에넣어주던
우동 속 모시조개 열어 골라주던
내 손길의 살짝 떨림을

콩깍지 씌워지던 날

일초 후 나는 일루젼(illusion)의 감옥에 갇혔지
스스로는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갑자기 온 세상 유리문 들이
나를 향해 반갑게 빛났어.

통장이 빈 은행 문 조차도 반갑게
시간은 당신의 존재를 쫓아 다녔고
당신 명령에 나는 예스와 노로 구분 되었어.
머리위의 하늘에 슈퍼레드문이 떠도
모두 불길한 징조라 외쳐대도
붉은 달빛은 산산이 흩어져
하얀 꽃가루처럼 내 머리위에 내려 앉아
신부의 부케를 만들어 주었지.
당신의 검은 침은 투명하여
내 입술 넘어 목구멍에 들어와
보궁같은 달달한 욕구로
내 갈증을 단번에 중단 시켰지.

온 우주는 나를 향해 완벽히 운행되고 있었어.
콩깍지 벗겨지던 날까지

8일간의 사랑

진달래 피고 목련꽃 지면서
어느 미술관에서 첫 데이트를 하였지.
지나가는 관람객 눈치를 보면서
어렵게 마주한 야외 카페 테이블
늦게 핀 산 벚꽃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지.
주위의 시간을 아랑곳 하지 않았어.
그저 서로만 바라 보았지.
아마순간 번갯불도 친거같아
하지만 이 순간이 영원히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었어.

붉은 벽돌담 정원 달린 카페에서
서로의 뮤즈를 찾는 것은 아주 쉬웠어.
시간은 펄펄 뛰는 심장도 멈추게 하며
시간은 우리의 체액도 곧 증발시킬 거야.
봄 안개낀 몽롱했던 날들

하얀 꽃 자욱이 내리던 8일은 점점으로 지나갔어.
우리는 마지막으로 서로의 블러드를 빨아먹었지.
몸은 곧 마른 꽃잎 드라이플라워가 되었지.
우리의 영혼이 남아있는지는 모르겠어.
그저 온통 그리움 뿐 이었어.
심한 갈증 같은 그립고 보고 싶어 울고 울었어.
누군가 움푹 파인 내 눈가 구덩이에
붉은꽃잎 두장덮어주었으면 하고

4일간의 사랑

어느 모임에서 누군가가 질문했지.
가장 로맨틱한 영화로 기억나는 대사는
무엇이냐고
“흰 나방이 날개 짓 할 때
다시 저녁 식사를 하고 싶으면
오늘 밤 일이 끝난 후 들르세요.
언제라도 좋아요.”
(메디슨카운티의 다리 중에서 ―
로즈 먼 다리에 붙여 두었던 메모지)
사진작가인 킨케이드가
저녁 식사에 오겠다는 전화를 받고
프렌체스카는 40마일을 달려가
이탈리아 산 붉은 포도주를 준비하지.
단 한 번의 저녁 식사를 위해

평생을 간 4일동안의 사랑
죽을 때까지 가져갈 수 있는
영혼의 사랑만을 가지고 이 세상을 떠나는 두 사람
텅 비어 있는 가득한 사랑
어릴 때 절대 소설이라고만 생각 했네
그러나 이제는 알았네.
그들은 숨 쉬듯 자연스럽게 만났고
만나지 못하는 매일 매일을 사랑했고
사랑은 시간이 중요하지도 않았고
일어나야 되는 일은 일어난다고

로즈 먼 다리에서 그들의 은빛 가루가 함께 뿌려졌네.

연애반성

거울 앞 오래 머뭇거리며 외출 옷을 고를 때
더이상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지 않을 때
마주 보는 순간 만난 이유를 잊었을 때
당신과의 만남이 항상 짧게 느껴졌을 때
바쁜 당신이 한줄시 읽어줄 때 나 멀리 간다 말했을 때
스친 당신 표정 서로 못 만난 날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마지막 만났던 때의 계절을 기억하고
마주 본 식탁 자리가 크게만 느껴졌을 때
당신이 머뭇거리며 나를 소개 시킬 때
내가 당신 어릴 적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어느 순간 내가 당신 앞에서 웃고 있을 때

이미
우리 만났어야 했는데….

취중 시한줄

시 한 줄 읽습니다.
나는 초조함에 당신을 잃을 것 같아
술 한 잔을 가득 채웁니다.
비 그친 저녁 닿을 수 없는 잔을 마주하며
굳이 의미를 부여하지만,
산안개 속으로 다 사라지고
단지 오늘만 기억해 둡니다.
붉게 타오르는 이한 잔의 와인
마셔 사라져버리지만
오래도록 바래지지 않는
시 한 줄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랑 그렇게
잔을 비우며 떠난 건지 모르겠습니다.
가슴 나약함 보이지 않으려
백치처럼 웃어보며
되새김질 당한 생각 속에
빈 잔을 자꾸 채웁니다.

사랑아

덜 깬 잠을
눈 비벼 기지개로 털어내고
뚜벅뚜벅 거실로 나가
밥솥 스위치를 누르고 커피를 내린다.
뉴스 소리는 크게
밤새 딴 세상의 사건 사고를 들으며
거리적 안도감과 심리적 무관심으로
어제와 같은 일상을 시작한다.
커피머신 내리는 소리에 밤샌 뇌 속에 고인 꿈
아메리카노에 녹아낼 때쯤
잠결에 하품 소리 내며
낯익은 얼굴 하나 걸어 나온다.
아장이며 앞에 선 그리움의
막내딸 사랑아
작은 녀석이 큰 녀석을 깨우러 간다.
우리는 이렇게 달콤한 아침을 연다.

겨우 네 잎 클로버

어제 밤 여우 난 골의 여우 꼬리에 불이 붙었나 보다.
아침부터 고객과 스케줄이 꼬이며
가히 재난상황이 연출된다.
극단의언어들이오고간후—잠시후

난공원안에있다.
그곳에는오직녹색풀들과꽃이있다.
흙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클로버와
잔디 여름바람이 그리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멀리 보이는 저쪽 풍경이 막힌 가슴을 뚫어준다.

매점에서 산 햄버거 하나 들고
혼자앉을수있는바위에의지해
입크게한입가득베어문다.

이때 순간의 포착
행운의 네잎 클로버
다시 사랑 찾는 마음
아! 하오의 행복 – 네잎 클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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