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의 오디오 시-1

버들강아지

얄밉게도 내민 몸뚱이
통통히 물 오른 가지마다 보들보들 아리따움 구부러지고 휘어지고
바람에 흔들려도
변함없는 요염한 매혹
잿빛 흰빛 솜털 섞여 분홍바람타고
강가에서 잠시 머물고는
뽀얀 가슴 속살 톡톡 터뜨리네.

하루사랑

오늘이 오면
그래
오늘 하루만 당신을 사랑하자 합니다.

다시 오늘이 오면
그래
오늘 하루만 당신을 사랑하자 합니다.

다시 오늘이 오고 다시 오늘이 오면
그래 오늘 하루만 당신을 사랑하자 합니다.

내일은 나도 알지 못합니다.

내사랑은 언제나

독한거아니구방어하는거
차가운거아니구참는거
굳은거아니구어색한거
거친거아니구안해본거
내숭 아니고 원래 그런 거
추운거아니고떨리는거
도망친거아니구안쫓아온거
실수한거아니구처음해보는거
화난 거 아니고 화끈거린 거

내 사랑은 언제나
여우 아니고 여자인 거
마지막 아니 구 처음인 거.

사랑이 뭔지 잘은 모르지만…

소월 시

그대 차마 떠나시려거든
버선코 모양 뱃머리에
올빼미눈물한방울 살짝 떨구고 가시구려.

강물 바닥이야 한점빗방울자취아니냐만
뜬 눈으로 밤새운
여인 눈 어름에 고인 초야의 이슬

돌아서육백리 산수갑산돌아
그대다시 이강에 오거든 여기저기
피 묻은 꽃잎이 쏟아져 내리리니

저무는 봄
나부끼는 강물 포말에 내예쁜얼굴단청얼룩져
진달래 지지미 꽃잎처럼 서럽게서럽게 사라지리라.

매지리호수의 별 헤이는 밤

마지막 생리식염수가 내 혈관에 스며들자
저는 이내 저항 없이 잠들었습니다.
이곳은 이국 땅 교토입니다.
저는 이곳 낯선 도시샤 대학에서
제 짧은 연시를 끝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바라보는 우지에 사찰 앞에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습니다.
먼 훗날 조국의 후배들이 바라 볼
매지리 호수처럼 맑습니다.
초봄이 다가오지만
저에게 얼마 시간이 없습니다.
올해 가을의 별 헤이는 하늘은
아마 보지 못할 겁니다.
일본해에서 가져왔다는
실험실의 식염수가 한 방울씩
제 혈관을 파고듭니다.

극심한 고통이 블러드에
시를 써내려갑니다.
미안합니다.
저의 저항은 여기까지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조국이여
― 그대는 끝까지 저항하십시오.
진달래―릴케―꽃사슴―이름모를아이들
―금모래빛― 깡깡 여우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

호수의 바람은 어디서 부는가!
내 스물일곱 괴로움은 어디서 멈출까!

― 먼 동주별에서 ―

겐지 이야기 : 하하키기

철없고 사랑스런 그대
다가가면 환상으로 사라진다는
전설 속나무 그대인가

나의 스무 살 성인식 날
사과 꽃무늬 머리끈 동여매고
가는 목덜미 묶어 올린
짙은 흑갈색 머리카락
그대풀어  처음머리 올릴때
우린 밤새 떨고 있었지.

그대의 숱한 바람기
앞가슴 하나로 헤아리다가
이제 남은 것은 깨물지 않은 손가락 하나
그리고 질투뿐

흐드러진 여름 꽃
아름다움 가리기 어려워
나는 오직하나
가을 패랭이꽃만 좋아하네.

그대와 만남은 항상 꿈인 듯
자정인가 하오의 정사는 부끄러움인가
다가가면 사라지는 하하키기

그대떠난 나무아래 내 속옷 남겨놓고
언뜻본 밤 나팔꽃 처럼 사라진 그대

쉽게쓰여진시

유관순 언니의 손톱도 잊었다.
15초 조차 슬프지 않다.
테이블에 먹다 남은 간장치킨이 나뒹군다.
온 채널이 먹방이다.
바보가 바보 세상에서 똑똑해진다.
도대체 배고픔과 피로와
창백함과 허무와 부조리와
pain은 어디에 있나!
아무리 찾아보아도
손톱 밑 가시조차 없다.
감각의 제국에 고통은 없다.
온통 타이레놀 껍질뿐
하루가 잘 지나간다.
시가 아주 쉽게 쓰여 진다.

자화상

당신을 만난 그날 나는
거울에 비친 모딜리아니의 연인
잔느를 보았네.
목이 길어 애잔한,
팔이 길어 신비한
이미 보이지 않는 내 눈동자는
당신 뇌리를 텅 비게 만들고
알코올에 적셔진 심장을 노출시켰지.
우리를 통제할 유일한 빗장은
오래되고 지루한 세상의 관습뿐
그날 남긴 수많은 초상화는
고고하고 미칠 듯 한 자화상들이야.

평범한 이야기는 어제까지야.
오늘의 일상은 이제! 굿바이!
난더이상 아무것도볼수없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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