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3

노벰버 넘기기

연말 전쟁이 시작되었다
캘린더 한 장만 더 넘기면 그런대로 2019년
안개 낀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달랑 창 밖에 사진 한 장 찍어도 11월 임 알 수 있는
쓸쓸한 달 이맘때면 캐럴을 튼다 “거리에는 하얀 눈이 반짝이고
꿈꾸던 파랑새는 사라졌지만, 여기에는 새로운 새가 머무르네”
빨간 날에 하나 없는 노벰버 달력 그냥 캐럴 송을 틀고 싶었다.
등 뒤에서 도망치지 말라고 울려대는 백파이프 연주처럼
앞당겨 미리 쓰는 응원가 크리스라는 잘생긴 친구의 생일파티 노래
올 크리스마스에는 파란색 컨버터블 타고
겨울 원더랜드를 달릴 수 있겠지.
산타! 베이비 ―
제가 정말 원하는 것은요―글쎄요!

데스(death) 3, 상대적 존재

도대체 모르겠어
왜 달이 존재하는지
“태초에 달이 있었다.”
이건 아닌 것 같아
내가 사라져도
세상을 비추는 달빛은 무엇일까
하여튼
나는 이제 끝이야
나 따위는 아무 계획도 바꿀 수 없어
덧창문을 걸어 잠그고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공포를 느껴야 해
밖에서 관 뚜껑에 못질하는 소리가 들려
하지만
너는 누군지 모르지만, 아직 숨이 붙어있어
펄떡이며 파닥이며 거칠 게 몰아쉬며
그린 벨벳 잔디를 밟고 있지
태양의 따스함이
이 지하까지 퍼져와
난 음산한 겨울의 그림자처럼
어둠 속 깊은 곳에서
계속 석관 뚜껑을 두들기고 있지
그뿐이야 ― 여긴 어떤 방문객도 없어
들리는 말은 “넌 아무것도 아니야”

겐지 이야기 : 떡갈나무

떡갈나무에 산다는 신은 이미 죽었다
안 그래도 쓸쓸한 이 산채에
그리운그대영정 살짝 돌려놓고 
떠날 마음일지 않는 옷장 하나하나
그대 쓰던 서재 방책 무덤에 손 담가본다
창밖 봄날 올라오는
버드나무 새싹에는 이슬 머금고
내 눈가에 눈물 아른거려 육각의 만화경처럼 퍼져나간다
봄도 남의 일이고 꽃이 피고 지는 것도 관심 밖이다
그대 없는 이 산장에 자목련인들 어떻고
요란스런 나비의 날갯짓인들 어떠한가!
꽃잎이 빨리 떨어지던
꽃 꺾어 찾아올 이 없는 이 산속에

랭보의 우울

새벽 2시의 깨어남은 가슴 터질 듯하다
모든 달은 흉악하고 태양은 멀리 있다
문고리가 있거든 로프를 걸어 두어라
동쪽으로 마주한 창들은 덧문까지 잠그고
머리맡 침대에는 화환을 장식해두어라.
그리고 너에게 남아 있는 다리 하나로 춤을 추어라.
불타는 육체로 화려한 도시에 입성할 것이다.
너의 정신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 변환을 누구에게도 원망하지 마라.
너는 오래전 시간의 노예로 신에게 세례를 받았다. 
우리의 불운은 오직 시간이 지나간 것뿐
내가 지옥을 믿던 아니 지옥에 있던
너 자신을 일으켜 세워 익살스런 연기를 하라.
마치 행운의 신이 너만 비껴간 것처럼
이 음침한 달빛이 스미는 다락방 구석에
태양이 떠 대지 위에 뜨거움을 쏟아내려면
아직 새벽의 달빛 그림자는 길고 흉포하다.

에든버러 여행 중에

아침 게스트 하우스를 나와
오래된 에든버러 교회를 산책한다.
발바닥에 체이는 수많은
누워진 비문을 읽는다
1765년에 태어나 1801년에 죽다.
1641년에 태어나 1696년에 죽다.
1275년에 태어나 1309년에 죽다.
층층이 쌓인 묘비들은 좀 더
성전 가까이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대체
1989년 2018년 1367년이 무어란 말인가
형태도 영혼도 사라진 빈 공간을
채우고 누워있는 저 기억들
그들의 그 많은 꿈과 계획과 비밀은
있기나 했을까
나는 아직 묘비를 밟고 있고
살아 있다.
오늘 아침 브런치는 맛있을 것 같다.

신의 뜻

모든 것은 이미 결론 났어
좀 싱겁지
우리가 할 일은 없어
그저 믿기만 하면 돼 
그냥 보스 이름만 지껄이면 돼
그럼 우주에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어
믿느냐고? ― 그럼! 얼마나 쉬운 일인데
문제는 우두머리가 너무 많아
채널마다 한 놈씩 나와 자기만 믿으래
황당하지만 대단하잖아
자기가 시간과 우주를 만들었다 하니
진리가 둘일 순 없으니
누군간 거짓말을 하고 있겠지
쉿! 이건 금기야
모두 거짓말을 할지도 몰라
천국의 입구까지 데려다준대
얼마나 고마운지 눈물이 나
찬송과 기도와 묵상을 하고 싶어져
공짜냐고? ― 약간의 돈과 조금의 시간
그리고 너의 영혼을 몽땅 바치면 돼
단 체널은 절대 돌릴 수 없어

오늘까지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11만 광년 전에
지구로 보낸 편지가
오늘 태양계에 도착했어
무슨 내용인지 사람들이 벌써 쉬쉬거리고
소셜 네트마다 온갖 소문이 돌아다닌다.
태양이 뜨는 날이 오늘까지라고
믿기지 않지만, 사실인가 봐
하루만 더 늦게 편지가 왔어도
오늘 하루 마음이라도 편했을 것을
정말 태양이 뜨지 않을까
내일은 흐린 날 아침과 다르겠지
그냥 밤일 거야 분명히 AM 9시인데
앞으로 무엇이 달라질까 풀도죽을거고
나무도 죽을 거고
염소도 죽을 거고
여기까지만 할래
오늘은 태양이 떠 있으니까
마지막 해 지는 모습이나 볼래
우리가 해를 보는 마지막 종족이네!
그래도 우린 행복했어
햇빛이 멋지게 갈라진 무지개도 보았고
선탠도 해보았지
연인들이 거리마다 서로 포옹을 하네
모든 것이 절실해 보여
어쩌면 진실해 보이기도 해
다행히 편의점 도둑질은 없군
보석점 티파니조차 관심이 없네
평생 관심 없던 태양이 이렇게 중요했다니
아무튼 태양은 지고 있어
굿바이 나무들아!

이제 가면

왜 이렇게 가슴이 시려오는 걸까
깃털 바람이라도 후 불면
사라질까 하는 두려움
당신의 옛 그림자
기억 찾아 떠나고
야속한 새벽 ― 태양이 다시 떠오르면
어찌할 수 없는 허전함에 새로돋은
저 초록죽순들
나의 폐부를 찌를 것이다.
당신 만나기 전 휴일마다 조울 속
중독처럼 잠을 청하던 나였다.
많은 밤들의 언덕을 넘나들던 그리움에
젊음을 저주하고 언어를 멀리했고
꽃들을 말렸다. 
한참을 잃었다 다시 찾은 당신이었다.
당신의 입맞춤 세상 끝에서 맛보는
천상의 버번 위스키 향을 느껴봤다
지금 당신은 떠나려 한다.
아마 이승에서는 다시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당신도 알고 나도 알고

오늘까지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11만 광년 전에
지구로 보낸 편지가
오늘 태양계에 도착했어
무슨 내용인지 사람들이 벌써 쉬쉬거리고
소셜 네트마다 온갖 소문이 돌아다닌다.
태양이 뜨는 날이 오늘까지라고
믿기지 않지만, 사실인가 봐
하루만 더 늦게 편지가 왔어도
오늘 하루 마음이라도 편했을 것을
정말 태양이 뜨지 않을까
내일은 흐린 날 아침과 다르겠지
그냥 밤일 거야 분명히 AM 9시인데
앞으로 무엇이 달라질까 풀도죽을거고
나무도 죽을 거고
염소도 죽을 거고
여기까지만 할래
오늘은 태양이 떠 있으니까
마지막 해 지는 모습이나 볼래
우리가 해를 보는 마지막 종족이네!
그래도 우린 행복했어
햇빛이 멋지게 갈라진 무지개도 보았고
선탠도 해보았지
연인들이 거리마다 서로 포옹을 하네
모든 것이 절실해 보여
어쩌면 진실해 보이기도 해
다행히 편의점 도둑질은 없군
보석점 티파니조차 관심이 없네
평생 관심 없던 태양이 이렇게 중요했다니
아무튼 태양은 지고 있어
굿바이 나무들아!

이제 가면

왜 이렇게 가슴이 시려오는 걸까
깃털 바람이라도 후 불면
사라질까 하는 두려움
당신의 옛 그림자
기억 찾아 떠나고
야속한 새벽 ― 태양이 다시 떠오르면
어찌할 수 없는 허전함에 새로돋은
저 초록죽순들
나의 폐부를 찌를 것이다.
당신 만나기 전 휴일마다 조울 속
중독처럼 잠을 청하던 나였다.
많은 밤들의 언덕을 넘나들던 그리움에
젊음을 저주하고 언어를 멀리했고
꽃들을 말렸다. 
한참을 잃었다 다시 찾은 당신이었다.
당신의 입맞춤 세상 끝에서 맛보는
천상의 버번 위스키 향을 느껴봤다
지금 당신은 떠나려 한다.
아마 이승에서는 다시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당신도 알고 나도 알고